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러시아 시추/러시아 무르만스크/콜라반도/시추작업/시추공/시추/지구내부/Project Mohole/Bertha Rogers/SG-3/Kola Su

by [시론] 2022. 3. 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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러시아 북서 쪽 무르만스크 밤하늘 물결치는 오로라를 본다면 세상 일어날 수 없는
기적 같은 일들을 믿게 됩니다. 

[무르만스크]


아름다운 빛을 따라 백해와 만나는 콜라반도 동쪽 끝지점으로 가다보면 그곳엔 옛날 미국과 힘 겨루기 하던
지난 구 쏘련 시절의 흔적이 아직 남아있습니다. 바로 지구 내부 호기심에서 시작한 시추 구멍 입니다.
시추공 깊이 12킬로미터가 넘는 깊은 곳까지 드릴이 닿은, 인류가 내핵을 향해 가장 깊이 들어간 곳이기도 합니다.
요컨대 인류가 현재까지 뚫어논 지구에서 가장 깊은 구멍 입니다.

[백해 시추]
[지구 구조]


아직 인류는 지구 표면 아래 것들에 관해 모든 걸 알지 못합니다. 아마도 잘못 알거나
모르는 것이 더 많을 수도 있습니다. 그래서인지 많은 사람들은 아직도 이 지구에는 마법과도 같은
신비한 기적 같은 일들이 충분히 일어날 수 있다 믿는 사람들도 많습니다.
그리고 땅속 깊은 곳엔 또 하나의 새로운 세계와 생명이 존재한다 믿기도 합니다.

그건 어쩜 새빨간 몸뚱이에 머리 불난 우리가 흔히 얘기하는 악마일 수도 있습니다.
아니면 진작에 내핵 안 쪽에서 올라온 악마 스파이가 인류로부터 자신들을 보호하고자 꾸며낸 거짓일 수도 있겠네요.
.

[또 하나의 세상]


일각에선 인류가 우주에서 찾고자 하는 만물의 진리가 어쩜 우리가 사는 지각 맨 아래에 존재할지도 모른다고
믿기도 합니다. 이런 믿음과 생각들을 합리적으로 해결할 방법을 찾아나섰던 지난 흔적이 러시아 콜라반도에
아직 남아있습니다. 지난 냉전 시대 미국과 쏘련의 우주 경쟁에 대해 사람들은 잘 압니다.
하지만 미-쏘 간에 하늘길과 반대인 지구의 지하길, 지구 맨 안쪽 세계를 정복하기 위한
강력한 과학 프로젝트 대결이 가동되었다는 걸 모르는 사람은 많습니다.


우리가 사는 지구 맨 아래엔 도대체 무엇이 있을까요? 멋진 동영상과 화려한 CG들에
설명을 곁들인 과학자들의 주장을 신뢰하고 곧이 곧대로 믿는 사람들은 이미 자신이
지구 내핵을 보고 만지고 온듯이 자신감 있게 말합니다. 반대로 그 모든 걸 직접 보지 않는한 믿지 않는 사람도 많아요.


대한민국 육이오 전쟁 화력과 함께  미-쏘 양강 체제가 만들어지던 지난 1950년대 후반, 경쟁적인
미국과 쏘련의 과학자 팀은 지구의 지각을 관통하기 위한 정교한 테스트를 계획하기 시작했습니다.

[프린스턴 대학 지질학자 해리 해먼드 헤스(Harry Hammond Hess) 박사가 지구 깊이 탐사 프로젝트 모홀(Project Mohole)에 대해 강의]


미국은 1958년 프로젝트 모홀(Project Mohole)을 시작으로 쏘련보다 먼저 주도권을 잡았습니다.  
샌디에고에서 남쪽 멕시코 과달루페 섬 근처에서 진행된 작업에서 기술 팀이 태평양 해저를 뚫고
처음 약 183미터 이상의 깊이까지 드릴링 했습니다.
마침내 껍질을 벗겨보니 지구 행성 부피의 80%를 차지하는 이것은 우리가 밟고 선
지표면으로 부터 깊이 2,900킬로미터의 맨틀임을 알게 됩니다. 

[맨틀 깊이]
[모홀 프로젝트 드릴링 작업]


그러나 케네디가 재임하고난 미국 사회는 남미 바닷가에서 기름 떼 묻은 작업공들의
소식보단 멋진 제복에 명예로운 우주 비행사들이 달 나라로 가는 일들에 더 관심이 많았으며
우주에 더 수준 높은 과학이 있다는 확신을 가졌습니다.
그렇게 아폴로11호가 달에 착륙하기 3년 전이던 1966년 미국 정부의 자금 지원이 중단 되었고
지구의 내부를 파헤치자는 프로젝트 모홀의 드릴링 작업도 거기서 가동 중지 됩니다.

[1969년 아폴로 11호 달 착륙]


한편, 1970년 5월 24일 쏘련도 시추 작업에 착수 합니다.
하늘에서 오로라 빛이 내리는 축복의 땅 콜라 반도 페청스키지구엔 쏘련의
유능한 과학자와 기술자들이 집결해 지구 중심을 향한 드릴링을 합니다. 그들의 임무는
가능한한 행성 지각 깊숙이 여행하는 것이었습니다. 그 여행은 최소한 미국보다 더 멀리 가야 했습니다.
쏘련은 미국의 183미터보다 8배 가량 깊게 1,460 미터 시추 계획을 잡았습니다.

[페청스키지구 시추]


연구원들은 전문 장비를 사용해 하나의 주요 구멍에서 분기된 일련의 시추공을 파기 시작했습니다.
반면 미국 정부가 손 놓은 시추 작업은 이제 일확천금을 꿈꾼 론스타 프로듀싱 컴파니(Lone Star Producing Company)
이라는 회사가 1974년 오클라호마주 와시타 카운티에서 석유 시추를 시작했습니다.
이 과정에서 회사는 지표면으로부터 약 9,656미터(9.6km) 깊이의 'Bertha Rogers'란 구멍을 뚫습니다. 이것은 당분간
인류가 뚫은 가장 깊은 구멍이었습니다.

[Bertha Rogers 시추공]
[Bertha Rogers 시추홀 내부]


결국 론스타는 찾고있던 유전을 찾지 못했지만, 세계 최대 깊이의 구멍을 팠다는 점에서
미국이 쏘련에게 강력한 주먹 한방을 먹인 셈입니다.
여기에 가만있을 쏘련이 아니었습니다. 시추 탐사에 박차를 가해 미국의 역사적인 기록을
다시 쏘련으로 가져 옵니다. 1982년 10월 콜라 시추공들 중 하나인 SG-3(Kola Superdeep)
깊이 11,662미터(11.6km)로 기록을 깼습니다. 이제 지구에서 가장 깊은 곳을 여행한 국가는
미국이 아닌 쏘련이 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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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83년 콜라의 시추 드릴은 두 번째 구멍에서 12,000미터(12km)를 통과했습니다.
미국을 멀찍이 따돌린 쏘련은 이제 자랑을 좀 해야 했습니다. 1983-1984 까지 1년간 드릴링 작업을 중단해
세계 많은 과학자와 여행자들이 구경할 수 있도록 관광지로 개방 합니다.

[개방한 콜라 SG-3 시추]


그리고 쏘련은  1984년 9월 27일 다시 드릴링 작업을 시작했습니다. 작업을 멈췄던 1983년 때보다
66미터 드릴이 더 내려간  시추공 깊이는 이제 12,066미터 입니다.
그런데 그만 드릴 스트링의 고장과 기술적인 문제로 시추를 중단 합니다. 

[콜라 지역 기술 문제로 중단된 시추]

 
하지만 쏘련의 지구 내부에 대한 열정의 드릴링은 멈추지 않았습니다. 모든 근대화 사상 국가가 그랬듯
쏘련 또한 과학에 대한 열망이 대단했기 때문입니다. 

[1987년 쏘련 우정청 발행 - 과학시리즈 우표 3종 완.]

5코페이카 [Tokamak 열핵원자로]  / 20코페이카 [Ratan-600 전파 망원경] / 10코페이카 [콜라 시추공 드릴]
국가 전략 과학 3종에 등장할 만큼 쏘련의 지구 내부에 대한 관심은 대단했습니다. 
이렇듯 쏘련은 세계 1위 구멍을 놓치지 않게끔 열심히 노력해 새로운 장비로 1989년까지
시추 작업은 계속 됩니다. 5년간 160미터를 더 파고 들어가 시추공 깊이는 무려 12,226미터(12.2km)라는
새로운 최고 기록을 세웠습니다. 프로젝트에 참여한 자랑스러운 과학자와 기술자들은 정부의 강력한
격려를 받았고 과학자들은 충성을 맹세하며 "이런 추세라면 1990년 말까지 13,411미터(13.4km)
깊이의 구멍을 팔 것입니다."며 국가에 예상 보고서를 올립니다.
그렇게 쏘련의 드릴링은 지구 중심부를 향해 박차를 가합니다.



그러나 황량한 러시아 툰드라 아래에는 예상치 못한 일이 기다리고 있었습니다.
드릴이 지구 핵에 점점 가까워질수록 이상한 일들이 발생합니다.
처음 3km 동안 시추공 내부의 온도는 연구원들이 예측한 것과 거의 일치했습니다.
그러나 그 깊이 이후에는 온도가 훨씬 가파르게 상승했습니다. 그리고 드릴링이 12km 를 넘어서자 
예상했던 80°C(176°F)보다 2.3배 더 높은 180°C(356°F)까지 온도가 올라가는 것입니다. 

 

과학자들은 상승하는 높은 온도에서 드릴링 장비가 더이상 버텨내지 못한다는 사실을 깨닫게 됩니다. 

결국 1992년 Kola Superdeep 팀은  12,226미터(12.2km) 깊이에서 시추 작업을 멈춥니다.

1970년 시작한 이후로 22년 만이었습니다. 결국 쏘련은 지구 내부 끝까지 여행하는 데에 실패합니다. 

[1970년 최초 콜라 시추공 연구실]
[1980년대 연구실 전경]
[1992년 프로젝트 중단 이후 폐허가된 연구실 모습]
[폐허로 변한 연구실]
[인류가 가장 깊게판 구멍은 밀봉했다 - 깊이 12.226미터(12.2km)를 나타내고 있다.]

 

하지만 22년의 과정 모두가 실패라고만 볼 수 없습니다. 그동안 여러 놀라운 발견이 있었습니다. 

Kola Superdeep은 지구 가장 깊은 지역에서 지진파의 변화가 현무암으로의 전환이 아니라

암석의 변성 변화 때문이라는 결론을 얻었습니다. 

시추 작업 이전 과학자들은 우리 발 아래의 암석이 지표면 아래 3에서 7미터 깊이 화강암에서

현무암으로 변할 것이라 예상했습니다. 그러나 콜라 반도에서는 그렇지 않다는 것을 발견한 것이죠. 

[콜라반도 시추]

 

땅속 여행 중 시추공이 도달한 가장 깊은 지점에서 과학자들은 화강암만 있다는 사실을 발견합니다. 

이것이 결국 지진파의 변화가 현무암으로의 전환이 아니라 암석의 변성과 변화 때문이라는 결론을 내립니다.  

또 이게 끝이 아니었습니다. 과학자들은 아무도 보지 못하는 지구 가장 깊은 곳을 여행하면서

지표면 내부 깊은 곳에서 흐르는 물을 발견했습니다. 

[지구에서 가장 깊은 시추홀]

 

일부 음모론 세력들은 이것을 길가메시 서사시에 나오는 대홍수로 침수된 또 하나의 세상이란 것과

혹은 창세기에 나오는 인류가 홍수에 잠긴 확증이라고 얘기하지만 과학자들은 또 하나의 세상론을 부인하며 

물이 흐르는 그 이유는 암석에서 산소와 수소 원자를 몰아내는 엄청난 압력의 결과라 말합니다. 

그 이후, 불투수성 암석이 표면 아래 새로 생성된 물을 가둔 것이라 합니다.


현재 영구 폐쇄된 콜라 반도의 지난 냉전의 22년간에 Kola Superdeep 프로젝트의 흔적은
2022년인 현재까지도 남아 있습니다. 시추가 이루어진 인근 Zapolyarny 마을에서 약 1킬로미터 동쪽으로 가면
22년간 쏘련이 파낸 지구 내 인류가 가장 깊게 뚫어 논 구멍을 볼 수 있습니다.

 

지구 끝에는 어떤 모양이며 과연 무엇이 살고 있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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