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계의 이단아, 단편소설의 신, 추리소설 아버지, 공포소설 대마왕 무수히 많은 별명을 가진
B급 작가의 삶을 살아온 애드가 앨런 포(Edgar Allan Poe)는 1849년 10월 7일 사망한다.
그의 나이 향년 40세였다. 사망하고 한 달 지나자 문학 잡지 Sartain's Union Magazine 11월호에는
포의 미공개 작품이 공개된다. '종(The Bells)'이란 제목의 시였다.
이 시는 포가 죽기 1년 전이던 1848년 5월 그의 나이 39세 때 잡지 편집부에 전달됐지만
그가 죽고난 한달 뒤에서야 잡지에 실렸던 것이다. 결국 '종'은 포가 세상에 남긴 마지막 작품이 되었다.
사망 후 뒤늦게 공개된 The Bells는 팬들의 기대를 저버리지 않았다.
생전 그의 작품처럼 몽환적이고 아름답고, 어두우면서도 밝고 무서운....괴물같은 작품이란 평가였다.
좀처럼 다른 글귀에서 얻을 수 없는, 알록달록 오묘한 감정을 끌어올리는 시라는 평가가 많았다.
특이하게도 생전 욕 먹어가며 짧게만 쓰던 그의 단편소설과는 다르게 사망 후 공개된 그의 시는
총 4장으로 구성된, 시 치고는 꽤나 긴 시였다. (물론 내용은 짧았지만....) The Bells은 1849년 11월 잡지를 통해
그의 유작으로 최초 공개 됐으며, 그로부터 32년 세월 지난 1881년이 되어서야 첫 단행본으로 출간된다.
포가 사망하고 43년 지난 1906년 12월 하루는 러시아 작곡가이자 피아니스트
세르게이 라흐마니노프( Sergei Rachmaninov)는 교향 악단과의 유럽 순회공연에 앞서
합창단 연주로 쓸 마땅한 주제가 떠오르지 않아 고민한다.
결국 친구에게 괜찮은 주제가 있냐며, 알려달라 편지를 쓰는데 답장은 친구가 아닌 한 젊은 여인에게서 온다.
모스크바 음악원에서 첼로를 연주하는 여성은 러시아 시인이자 번역가였던
콘스탄틴 발몬트(Konstantin Balmont)가 최근 번역한 애드가 앨런 포의 The Bells이란 작품을 소개하며
시에서 자주 반복되는 의성어와 무겁고 웅장하게 전해지는 느낌들은 중량감 있는 무거운 연주를 추구하던
라흐마니노프의 음악과 매우 잘 어울리겠다며 작품을 연주해주면 좋겠다는 생각을 전한다.
포의 The Bells를 감상한 라흐마니노프는 작품에서 전해지는 그 묘한 느낌과 시의 구절들이
고민하던 합창단 연주 주제와 잘 어울린다 생각해 결국 1913년 'The Bells' 시와 똑같은 제목으로
총 4악장으로 구성된 합창 교향곡을 완성한다. 그리고 그 해 11월 30일 상트페테르부르크에서
처음으로 연주하며 1913년 11월 30일 최초로 포와 라흐마니노프들의 종소리가 세상에 울려퍼진다.
특히 2악장 D 장조 '감미로운 결혼식 종소리'는 대한민국 국민들이 가장 좋아하는 곡 중 하나이며
클래식임에도 불구하고 강력한 대중 음악으로 자리매김했다.
맨 위 영상은 The Bells 제 2악장 감미로운 결혼식 종소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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