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일상이야기 My life story

안개마을(1983)/고전영화/옛날영화/영화추천/한국영화/추천영화

by [시론] 2022. 2. 8.
반응형

 

 

- 줄거리 -

때는 1983년, 첩첩산중 한 자그만 벽촌 마을 깨철이란 거지가 살고 있었다. 어림잡아 30대 정도 돼보이는
이 사지멀쩡한 사나이는 마을 길바닥 아무데서나 잠을 자고 또 배고플 때면 집집마다 구걸하며
빌어먹는 생활로 목숨을 연명했다. 매일 서로 얼굴을 마주하는 이 작은 시골 마을엔
이 사나이의 근본에 대해 정확히 아는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단지 언제부턴가 마을에 정착한 거지였다며 그리
살갑게 대하진 않았지만 인심 넉넉한 마을 주민들은 그가 구걸하러 올때면 밥 한 그릇 정도는
내주었다. 덕분에 깨철은 마을에서 거지 생활로 연명해 나갈 수 있었던 것이다. 

깨철은 오늘도 추위를 이겨내고자 여느 때처럼 그늘진 계곡 마을을 등지고
마을 외곽 버스 정류소에 주저 앉아 햇볕을 쬐며 일광욕을 하고 있다.
그렇게 두 시간 쯤 지났을까? 멀찍이 흙먼지 날리며 마을 버스 한 대가 도착한다.
그런데... 그런데 버스에선 굉장히 근사한 여성이 내렸다. 사뿐한 걸음으로 내린 그녀의 검정 스웨이드 가죽 구두는
위에 걸친 잘 짜여진 영국식 모직 코트 그리고 입술을 살짝 덮는 케시미어 목도리와 환상에 조화를 이뤘고
목도리에 가려진 얼굴에 쌍거풀 짙은 두 눈은 초롱초롱 맑았다. 깨철이는 대번에 그녀가 아주 젊고 건강한
20대 여성임을 알아챈다. 그런 그녀는 버스가 떠나자 곧장 한 쪽에 기대어 서선 손에 든 무거운 짐 가방을 내리곤
검정 소가죽 장갑을 벗었다. 그러자 매끈한 흰손이 드러났으며 손등이 햇빛에 비치자 손톱은 보석처럼 반짝반짝
윤이 났다.

그리고 두리번 거리는 그녀의 검은 눈동자 속엔 지혜가 넘쳐나 깨철은 대번에 교양있는 여자임을 알아챘다.
그러다간 가끔 큰 숨을 내쉴 때 희멀건 입김이 새나온 그녀의 입술이 촉촉히 물들 때면 깨철은 심한 갈증을 느끼며
그만 몸이 뒤틀렸다. 그런 그녀를 뚫어져라 쳐다보기도 잠시 마을 주민이 다가와 그녀를 알아보곤 반갑게 인사한다.
"아이고 선상님! 늦어서 죄송합니다 많이 기다리셨지유?" "아니에요 저두 이제 막 내린 참인걸요"
여성을 맞이하러 나온 사람은 마을 통장이었다.
그는 얼른 여성의 무거운 짐가방을 들어주며 여성을 마을로 안내했다. "자, 선상님 이쪽 입니다."
"어머, 고마워요"

깨철은 그렇게 사라지는 저 근사한 여성이 상당히 사회적으로 존경받는 신분임을 눈치챈다.
그리고 얼마 후 그녀의 명확한 신분을 알게되는데, 그녀는 서울에서 교육대학을 마치고 이제 막
이곳 계곡 마을로 발령 받은 학교 선생님이었던 것이다.
깨철은 여성이 혼자라는 점, 그리고 이 마을에서 드물게 매우 젊고 아름답다는 점을 머릿속에 체크해둔 채
그녀를 관찰하기 시작한다. 수옥이라는 이름에 그녀는 조금 외로워 보였다.
우선 수옥은 너무 젊었다. 그래서 마을엔 딱히 그녀와 말벗 돼줄만한 또래가 없었다.
 
때문에 깨철은 늘 깊은 사색에 잠겨 골똘히 생각하며 홀로 길을 걷는 수옥의 앙증맞은 모습을 유심히 관찰한다.
또 이곳 시골 깡촌 마을에선 그녀처럼 근대 서양학문을 깨우친 현대 교육을 받은, 그녀만큼에 세련된
지식인이 없었던 것이다. 즉, 그녀가 누군가와 생각을 주고 받을 수 있는 대상이 없다는 점.
결국 젊고 아름다운 수옥 그녀가 상당히 고립된 환경에 처해있다는 것을 깨철은 대번에 눈치챈다.
깨철은 그런 수옥이 홀로 강력한 고독에 의해 서서히 내면적으로 파괴돼가고 있음을 관찰해 나간다.
그리고 결국 수옥 그녀가 이 단절된 계곡 마을에서 그녀를 파괴시킬 고독과 외로움이란 것은
이 마을 여성이라면 누구나 갖는, 같은 종류일 것이란 결론에 다다른 것이다.
모든 관찰을 마친 거지 깨철, 이제 그는 아름다운 수옥과의 뜨거운 인연을 호시탐탐 노리는데....




반응형

댓글